딸 사망 보상금으로 6억을 받은 아버지 가슴 아픈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세상에 선한 일을 했다. 아뻐지는 딸 이름으로 남태평양 섬나라
바누아투에 초등학교를 지었고 곧 중·고등학교도 개교한다.

딸 일기에 적혀 있던 꿈이다.
혜륜 양은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마우나 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. 당시 리조트에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던 중 눈 쌓인 지붕이 무너졌다. 이 참사로 10명 사망, 214명이 부상을 입었다. 혜륜 양은 아랍어과 신입생이었다.
아버지 고 씨는 딸 유품을 정리하다 일기장을 봤다. 그는 “혜륜이는 신앙이 깊은 기독교인이었다. 어린 시절 일기에 ‘세계를 돌고 선교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’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. 아랍어 학과에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”라며 “혜륜이는 일찍 떠났지만, 딸 이름을 딴 교육시설을 기독교 국가인 바누아투에 지으면 그 꿈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”고 전했다.

아버지는 딸 사망 보상금 6억 원 중
4억 원을 학교 건립에 기부했다. 바누아투 정부는 이 돈으로 국립 혜륜 유치원·초등학교를 세웠다.
그는 “교회 활동을 통해 바누아투가 교육환경이 열악한 기독교 국가란 것을 알게 돼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2016년 7월 문을 연 국립 혜륜 유치원은 바누아투에 만들어진 최초의 유치원이다. 혜륜 양 이름을 따 지은 이 유치원에 2019년 3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가 빗물 식수화 시설을 설비했다. 같은 해 7월엔 고 씨 직장인 현대중공업이 유치원에 학용품을 지원했다. 또한 혜륜 유치원ㆍ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마땅히 진학할 상급 교육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 씨 지인들이 기부를 이어갔다.
아버지는 바누아투에 학교를 짓고 남은 2억 원은
혜륜 양 모교인 부산외대에 기부했다. 부산외대는 이 돈으로 ‘소망장학금’을 만들어 한 학기당 학생 5~10명에게 총 100만~200만 원을 지급해왔다. 유학이나 해외 활동 등을 바라는 부산외대 재학생이 지급 대상이며, 현재까지 89명이 받았다. 소망장학금이라는 명칭에도 이루지 못한 딸 소망이 이어지길 바라는 고 씨 마음이 담겼다.
고 씨는 “평생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6억 원이라는 큰돈을 실제로 만진 건 처음이었다”며 “ 그 돈을 내가 쓴다면 나중에 혜륜이를 다시 만났을 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았다”고 했다.